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마실 수 있겠느냐?(평신도강단교류,2022년11월6일)
#평신도 강단 교류 주일
- '손잡는 교회' 안재형 선교사 설교내용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인 <어른>이라는 노래입니다.
노래의 후반부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이 드라마를 볼 때 즈음해서 때마침 정혜신의 <남자 vs 남자>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거기서 시선을
확 끄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성숙이란 '본래의 자기(Real Self)'를 찾아 그것을 발현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본래의
자기'는 뒷전에 둔 채 지나칠 정도로 높게 설정된 '이상적 자기(Ideal Self)'를 향해서만 몰입하면
신경증적인 사람이 된다. 강박증이란 '이상적 자기'가 비대할 때 생기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위 노래 가사를 이 책 내용을 적용해서 다시 해석해 보면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다.
나(RS)는 내(IS)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RS)는
내(IS)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그러니까 앞부분 네 소절은 현실이 아닌 꿈을 꾸고 있는 내용인 것이죠. 이상적인 자기가 되는 꿈에
몰입해 있는 상태인데, 뒷부분 네 소절은 그런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인식하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혜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실의 자기,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는 것이겠죠. 그걸 정혜신은 정신적인
성숙이라고 했구요. 반대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해 현실의 자기는 못 보고 이상적인 자기에만 몰입하면
강박증, 신경증 이런 병과 관련 있다고 말합니다.
이 내용은 인터넷에 공개된 상담 내용입니다. 어떤 사람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데,
계획을 세워보지만 실천이 잘 안된다고 합니다. 의사는 계획을 무리하게 세우는 게 아닌가 하고 묻지요.
내담자가 예전에는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잘 실천했었다고 답하자, 의사는 마라톤 비유를 듭니다. 우리가
보통 100m를 15초에 뛴다고 치면, 마라톤 풀코스를 100미터당 15초의 속도로 계속 뛸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인생에서 한 번 성공해 봤다고 해서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것이고, 평생을 딱 한 번
찍어본 최고점의 수준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내 인생의 최고점을 ‘이상적인 나’로
삼고 현실의 나와의 간극을 외면한다면, 우리의 남은 인생이 강박증이나 신경증으로 도배되지
않겠습니까?
이 장면은 드라마 <안나>에 나오는 장면인데, 오늘의 주제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가져와
봤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빨리 깨달을수록 인생이 편한데, 나는 그게 잘 안 돼.”
오늘 읽은 본문에서 세배대의 아들들이나 그 엄마나,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잔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무턱대고 “마실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자기들이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에는 관심이
없고, 마셔야 한다는 생각만 있는 겁니다.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현실의 자기의 문제라면,
마셔야 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자기의 문제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들은 지금 현실의 자기를 보기를
거부한 채 이상적인 자기만 보고 있는 겁니다.
반면 예수께서는 “오른쪽과 왼쪽에 앉히는 그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당신께서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의 자기를 제대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좁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얘기가 그닥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게, 적용 대상을 내 주위
사람으로 확장해 보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 배우자에 대해, 내 부모에 대해, 내 자녀에 대해 그들의
현실의 모습과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 차이가 클수록 우리의 삶에 강박이 생기고 신경증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거지요. TV에서 본 최수종 같은 남편을 이상적 남편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현실의 남편을 수용하지 못하면 그 부부 관계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또 자녀에 대해서도 중학교 첫
시험에서 100점 맞았다고 남은 학창시절 내내 100점을 요구한다면 그 가족 관계가 얼마나 피마를까요.
제 얘기는 여기까지구요, 이제 앞뒤좌우로 서너 분 정도씩 짝을 지어서 얘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의 자기와 현실의 자기 사이에 얼마나 괴리가 있었는지 발견하신 분이라면 그걸 나눠도 좋겠고,
자신에 대해 발견한 게 별로 없으시다면 배우자나 자녀나 부모나 친구나 아무튼 그들의 현실의 모습에
비해 내가 너무 과한 기대를 한 게 있었는지 발견한 게 있다면 그걸 나눠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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