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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땅에 에너지정의를 심어라(환경주일, 2018년6월 3일)

하늘기차 | 2018.06.03 14:10 | 조회 1033


                                   기후변화의 땅에 에너지정의를 심어라

      

201863(환경주일, 성령강림후제2)                                                           호세아서 10:12

     동아프리카의 케냐와 탄자니아에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라고 하는 건조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마사이족이 대대로 자신들이 기르는 가축의 피와 우유만을 먹는 유목생활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온 땅입니다. 마사이족은 농사는 땅에 상처를 입힌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땅에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유목생활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처럼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마사이족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마사이족이 살아가는 동아프리카 초원지대에 급격한 사막화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사막화로 초원이 점점 사라지자 마사이족은 목축만으로는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사이족은 자신들의 오랜 유목생활의 전통을 버리고 생존을 위해 농사를 지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농사를 짓게 된 마사이족은 이제 물과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평화롭게 공존하던 이웃 부족들, 야생동물들과 생존을 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내난민감시센터(IDMC)'에 따르면, 2014년 자연재해로 난민이 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93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난민들 가운데 90% 이상은 동아프리카의 마사이족과 같이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난민이 된 소위 기후난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관의 발표 가운데 더욱 암울한 사실은 머지않은 2030년에는 더욱 급격한 해수면 상승, 토양의 사막화, 기온과 강수량 변화 등으로 이들 기후난민이 1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기후변화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기상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이대로 지속되어 21세기 말에 이르면 서울보다 북쪽에 있는 평양의 평균기온이 현재 제주 서귀포시의 평균 기온인 16.6와 비슷해질 것이고 한반도의 강수량은 지금보다 18% 늘어나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문화의 기반이 된 전통적인 농업은 무너져 내릴 것이고, 우리들의 삶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적인 위기 가운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요인은 우리의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세기 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한 에너지를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화석에너지는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함께 미세먼지로 가득한 대기오염의 문제, 수백 년간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토양과 수질오염의 문제를 던져주었습니다.

화석에너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핵에너지 역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통해 깨닫게 된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과 함께 현재의 기술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독성물질인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당면한 기후변화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가 아닌 대안에너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만들어낸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오늘 성서는 위기의 상황에 처한 우리에게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전해 줍니다. 오늘 말씀은 기후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써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말씀해주십니다.

오늘 말씀의 호세아 선지자가 활동을 했던 시기의 북이스라엘은 20년 남짓한 시기에 6명의 왕이 바뀌고, 그들 가운데 4명의 왕은 암살을 당하는 정치적 위기의 상황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주변국 아시리아는 혼란에 빠진 북이스라엘에 조공을 요구하고 영토를 빼앗았으며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가는 등 외교적, 군사적 위기마저 고조됩니다. 급기야 아시리아는 자신들의 힘에 굴복한 북이스라엘의 영토 사마리아에 자신의 주민들을 이주시켜 아시리아의 종교와 관습을 이스라엘에 퍼뜨리게 됩니다.

성서를 살펴보면 당시 많은 예언자들은 왕의 곁에서 두려워하지 말라며 왕의 성공을 확인해주는 우호적인 예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호세아 선지자는 왕궁의 예언자들과 다르게 강대국에 힘에 의존하는 왕과 정치 및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예언을 합니다. 그리고 호세아 선지자는 북이스라엘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어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정의는 하나님의 약속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창조세계의 샬롬이 깨어져버린 상황을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키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곧 성서가 이야기하는 정의입니다. 때문에 정의는 물리적 생존, 인간의 자아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필요를 빼앗긴 사람들이 존엄성과 자율성을 회복하는 샬롬을 이루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샬롬의 회복, 정의에 동참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호세아 선지자에게 이스라엘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 단지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을 찾는 일, 하나님의 정의가 사라진 것에 있음을 깨닫게 하십니다. 그리고 호세아 선지자를 통해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묵은 땅을 갈아엎는 일, 강대국에 의존하고 이방 종교를 따르는 생활로부터 벗어나는 일, 기존의 관습과 익숙한 생활을 버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하나님의 약속으로 돌아와 샬롬을 이루는 정의를 심음으로써 이스라엘의 구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약속을 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의 위기 역시 호세아 선지자의 시대적 위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기후변화의 위기가 과장되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기후변화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익숙하고 편리한 화석에너지,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책을 세우는 일을 외면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근시안적인 대책을 세워서 위기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위기는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어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순종할 때 비로써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먼저 묵은 땅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이제 화석에너지, 핵에너지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과도한 화석에너지 소비로 인해 기후난민이 되어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의 불필요한 핵에너지 소비로 인해 방사능 피해와 사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웃들의 삶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지구에서 살아야할 우리의 미래세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화석에너지, 핵에너지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지금 당장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의를 심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값없이 베풀어 주시는 햇빛과 바람, , 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불평등과 불안을 일으키는 에너지가 아닌 하나님의 샬롬을 회복하는 정의로운 에너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사용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정의를 세우는 일임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에 머물러 살아가는 일입니다. 이미 많은 에너지 선진국들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온실가스 발생을 줄임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집, 일터, 학교, 교회가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되어 에너지 정의로 인한 사랑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우리는 기름 한 방울이 나지 않는 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는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다른 나라들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일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애초부터 화석에너지, 핵에너지 없이도 오랜 역사 가운데 평화를 누리며 찬란한 문화를 일구어 왔습니다. 우리가 화석에너지, 핵에너지에 의존하며 살아가게 된 것은 근래에 아주 짧은 순간의 경험일 뿐입니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정의로부터 멀어지는 것뿐입니다.

     오늘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기후변화의 땅에 에너지 정의를 심어라.”고 말입니다. 이제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묵은 땅을 갈아엎고 에너지 정의를 심을 때에 우리는 이 땅이 회복되어 비처럼 내리는 샬롬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함께 애쓰며 기도하는 주님의 자녀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8 환경주일연합예배 자료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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