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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올 실명 사고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하늘기차 | 2017.07.25 12:52 | 조회 464



"30년이나 지났는데" 콘서트서 눈물 쏟은 국회의원

[파견노동자에게 보내는 편지] 16일 '메탄올 실명 사고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오마이뉴스(17.07.25 10:36l글: 선대식)

최미애씨에게
말을 나눠본 적이 없고, 단지 스쳐지나간 당신에게 글을 씁니다. 
당신을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저와 당신을 비롯한 많은 파견노동자들은 경기도 안산의 한 파견업체 사무실에 모였죠. 당신은 처음 왔는지 이력서를 직원 책상에 올려두었고, 마침 제가 그 앞에 앉은 터라 눈길이 갔습니다.
당신의 나이는 21살, 그곳에 모인 파견노동자 가운데 가장 젊었을 겁니다. 당신은 왜 파견업체를 통해 공장에서 일하겠다고 나섰을까요. 저는 불법파견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위장취업을 한 상황이었고, 당신과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관련기사 : 
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우리는 파견업체의 미니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반월·시화공단의 여러 공장에 우리를 차례로 내려주었죠. 당신은 한 공장에 내렸습니다. 그 뒷모습이 제가 본 당신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아마도 파견노동자로 계속 공장에서 일하고 있겠지요. 공단이 있는 도시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건 평범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걱정도 했습니다. 혹시 일하다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우리가 만나기 일주일 전,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이진희씨가 쓰러졌습니다. 일한 지 4일 만이었습니다. 눈이 멀고 뇌를 다쳐, 삶을 잃었습니다. 저도 똑같은 일을 5일 동안 했지만, 다행히 저는 멀쩡합니다.
진희씨가 일하던 공장은 알루미늄 부품을 매끈하게 가공하기 위한 물질로 메탄올을 썼습니다. 보통 절삭유나 에탄올을 쓰는데, 돈을 아끼기 위해 값이 싸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메탄올을 썼던 거지요. 제가 다닌 공장은 절삭유를 썼습니다. 어쩌면 저는 단지 운이 좋아서 눈이 멀지 않았습니다.
공장주들은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파견노동자를 사용합니다. 보통 최저임금이죠. 이들에게 파견노동자의 안전은 관심밖입니다. 파견노동자들이 하는 일이 위험한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안전장비도 내어주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면, '나 몰라라'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는 것은 참 무섭습니다.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미애씨.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건, 파견노동자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 1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저는 노동건강연대의 도움을 받아 4~6월에 걸쳐, 메탄올 중독 사고로 시력을 잃은 청년 6명의 이야기를 다룬 기획기사를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1745만 원의 후원금이 모아주셨습니다.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파견노동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세상에 전하기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었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토크콘서트에서

416가족합창단이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피해 청년들과 그 가족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여섯 살된 딸과 함께 온 현순씨는 한동안 목메어 울었습니다. 그는 흐느끼며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여기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저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안 나오게끔 제발 도와주세요."
이후 무대에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이사회에 참석해 메탄올 실명 사고를 전 세계에 알린 피해자 김영신씨의 영상 메시지가 흘렀고, 곧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꾸린 416가족합창단의 노래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공연 중간 고 김제훈군의 어머니 이지연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시력을 잃었습니다. 환기도 되지 않은 최악 조건의 사업장. 누군가는 해야 할 위험한 일이라면 더 안전하고 더 대접받아야 합니다. 위험하다는 고지조차 하지 않았던 자본주의의 여러 횡포로 인하여 우리 젊은이들은 마음도 다칩니다. 우린 여기에서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중략) 제2, 제3의 세월호는 없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연대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앞으로의 과제를 짚는 전문가 대담을 마지막으로, 2시간에 걸친 행사가 끝났습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공연장을 나서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을 꼭 껴안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한정애 의원은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 전문가 출신이라서, 마음이 더 아팠던 모양입니다.
"제가 산업안전보건 일을 했었잖아요. 그래서 저분들이 어떻게 일을 해서 저렇게 됐는지를 너무 잘 알아요. 근데 제가 그런 일을 한 게 1989년부터니까 30년 지났는데, 아직도 저러니까 속이 상하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왜 바닥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가. 그런 거 생각하면 너무 속이 상하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을 지낸 한정애 의원은 공장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약속했습니다. "지금도 땀 흘리고 계시는 많은 노동자들,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어찌 보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이거든요"라며 말을 이었습니다.
"저희가 해야 되는 것은 여러분이 하고 있는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일하면서 어떤 방식이든지 다치지 아니하고 건강하게 노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것이겠죠. 그걸 하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와 저희 더불어민주당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운 내 주시고, 정부가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토크콘서트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메탄올 실명 사고 피해자 이현순씨를 꼭 껴안고 있다.

미애씨.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파견노동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었잖아요. 시간이 흘러,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쫓겨났고, 지금의 대통령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파견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메탄올 실명 피해자 현순씨의 말대로, 다시는 그와 같은 피해자는 나오지 않을까요. 어서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미애씨. 힘내시고, 부디 몸 건강하기 일하기 바랍니다.

 


 

 [클릭]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획기사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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