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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밤토실 백일장 입선작 (일반)

mungge | 2017.05.16 17:31 | 조회 742


운명이다

 

김희정 (대상)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눌어붙은 때

온 힘을 다해 방바닥을 닦다

그 분의 마지막 소식을 들었다.

 

부엉이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눌어붙은 이것들 같았을까

 

닦아도 닦아도 닦이지 않는

언제인지 모르게 또 자리잡은 끈적거림

 

다 이것들 때문이다.”

다 이것들 때문이다.”

 

눈물이 콧물이 볼낯없는 마음이

걸레위에 덮여

닦고 닦고 또 닦았다.

 

눌은 때는 지워진지 오래

흐르던 눈물이 촛농이 되어 흐르던 올해

 

부엉이 바위위에 노란 나비가 춤을 춘다.

 

울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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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대통령

 

윤지선 (일반부 장원)

 

나무 대통령은

조그만 바람에도 이파리를 흔들며

깨어있다.

 

가지는 한 쪽으로만 뻗지 않고

여러 갈래의 그물이 되어

떨어지는 이파리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햇볕 아래 당당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부끄럽지 않다.

 

그의 어두운 그림자는

다른 이의 쉴 그늘이 되고

꾸미지 않은

못난 껍질은

생명이 드나드는 길이 된다.

 

팔로 감싸안으면

그 반대쪽 이와도

포옹할 수 있는

 

나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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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올챙이

 

김혜진 (일반부 우수)

 

꼬리를 힘차게 지친다

반짝 보글보글

내 꼬리가 지치는 물길 따라

사방에 보석이 부서진다.

매끈한 꼬리는

나의 자랑 나의 사랑

 

형 따라, 누이 따라

흥에 겨워 물을 지친다.

하나,

하나,

꼬리에 힘이 붙는다.

하나, , 하나,

하나, ,

!

 

엇박자 난 내 꼬리에

따아악 한 방

따라오던 동생녀석 볼이

쑤우욱 부우욱

올라온다.

 

저멀리 부릅뜬 엄마 눈에 띌라

그늘 아래 돌틈으로

꼬리 접어

꼭꼭 숨는다.

 

하아, 그래.

그래도 난 올챙이

내일이면 다시

매끈한 꼬리는

나의 자랑 나의 사랑.

 

그래, 나는 올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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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 친구

 

박미란 (일반부 우수)

 

논두렁 밭두렁 굽어살피니

올챙이가 살랑살랑

요리조리 헤엄쳐 다니네

 

올챙이야 같이놀자

우리아가랑 같이놀자

꼬리잡고 친구되어 같이놀자

 

우리아가 신이났네

두손두발 논두렁에 담그고 첨벙첨벙

올챙이 꼬리잡고 요리조리 헤엄쳐가네

 

우리아가 올챙이랑 친구되었네

아가 얼굴엔 함박웃음꽃

엄마 얼굴엔 사랑웃음꽃이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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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의 꿈

 

원희석 (일반부 우수)

 

앙상한 가지마다

수줍은 새싹이 움틀 때

논 한 쪽 구석에도 생명이 꿈틀댄다.

 

따뜻한 봄바람에

동그란 작은 알에서

올챙이 한 마리가 나온다.

 

작고 작은 올챙이

작은 꼬리 흔드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지만

논 저 끝까지 힘차게 헤엄쳐 본다.

 

그렇게 헤엄치던 작은 올챙이는

어느 새 폴짝폴짝 개구리가 된다.

 

개굴~!

작은 목소리 힘주어 외쳤을 때

여기저기 들려오는 수많은 개굴개굴

어느새 합창으로 축제가 된 소리는

온 세상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올챙이는 알았을까

언젠가 작은 소리내어

세상에 아름다운 울림을

줄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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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빈대떡

 

유은하 (일반부 우수)

 

엄마, 엄마

내 이름 누가 지었어

빈대떡이 뭐야

김치부치미, 동그랑땡

호박 그녀석도 기름 한 번 바르면

호박전이 되는데

빈대가 먹는 떡이 뭐냐구

 

얘야, 얘야

네 이름에는 뜻이 담겼어

떡 만드는 일처럼

손이 여러 번 가기에

부치미나 전이라 하지 않고

떡이라 불리는거야

 

그래두 싫어

밀가루 반죽에 김치넣어

바로바로 부쳐먹는

부치미나 전이 될래

 

이래두 싫어?

노랗게 불린 녹두속살 갈아

숙주, 묵은지, 고사리 버무려

자글자글 부쳐낸 네 맛은

BBQ 치킨보다 훨씬 고소해

맛에 놀라 입이 벌어질텐데

 

정말?

참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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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안의 올챙이

 

이시원 (일반부 우수)

 

누가 나를 잡았다면 썩기 전에 물을 갈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곳이 맞다고하기엔 좁은 것 같아.

나는 더 넓고 깊은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번은 죽은 병아리를 상자에 담아 서랍에 넣어버린 적이 있다.

마음은 저녁처럼 어두워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랍을 열 수 없었다.

 

나를 이곳에 데려 온 사람이

나를 잊으면 어쩌지

물이 썩어버리면 잊으려고 애쓸텐데.

 

기억나지 않는 곳을 그리워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때론 갇힌 것 같고

더 넓고 깊은 곳에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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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 꽃

 

하유나 (일반부 우수)

 

밤새 불은 녹두가 으깨어진다.

겨우 내 숨죽여 절어있던 김치를

무심히 썰어 섞는다.

노르스름하던 얼굴이 발그래진다.

살짝 데쳐낸 숙주가 새색시 목욕하듯

반죽안에 몸을 담근다.

지글지글 한껏 약이오른

두세대는 너끈히 견뎌냈을법한 번철이

입을 벌리고 있다.

촤아악. 반죽을 끼얹는다.

그제서야 만족한 검은 무쇠는 노래를

부른다.

치이이익, 치익.

전 익어가는 소리에,

아니

코로 먼저 알아챈 동네 녀석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옜다!

얼굴만한 전 한 장에

까만머리 예닐곱이 꽃을 피웠다.

입천장이 벗겨지는줄도 모르고

우겨넣은 한 점.

기름 묻은 입가에

빈대떡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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