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3주기 연합예배에 참여하다

해가 길어져 빛의 잔상이 남아있던 저녁7시30분, 대한문에서는 의미 있는 연합예배가 열렸습니다. 여러 기독교 단체가 마음을 모아 3년 전 여성혐오 범죄로 죽임당한 이를 기억하며, 이 사회에 여전히 계속되는 여성험오와 성폭력을 고발하고, 특별히 교회 성폭력의 공동체적 해결을 다짐하는 예배였습니다. 참여단체중에는 사회와 교회 속에 존재하는 여성문제를 공부하고 그 해결을 위해 실천하는 청년모임들 뿐 아니라, 감신, 한신, 장신의 신학교 학생들, 서울YWCA, 촛불교회, 향린교회 성정의 위원회, NCCK여성위원회 등이 함께했습니다.

예배는 강남역 이후에도 계속되는 죽음 앞에, 우리 교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폭력, 차별, 혐오 앞에 방관하며 외면했던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는 기도로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임지희(감신 총대학원 여학생회)는 ‘여성혐오범죄 피해자를 생각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박해린(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은 ‘교회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세론(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우회)는 ‘교회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 정의로운 회복을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어진 특송에는 특별한 순서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랩과 선율에 담아 노래를 만든 호락(뮤지션)이 예배 참여자들에게 직접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원래 그런 거야’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담겨 있었지요. “남자의 욕구와 본능은 억제할 수 없대 / 남잔 원래 그리 태어난 애 아니면 개래 / 아무리 미투 터짐 뭐해 / 무조건 꽃뱀프레임 정치공작으로 몰잖아 / 세상은 바뀌는데 낡은 패러다임 고수하는 꼰대 / 갇힌 우물안 개구리는 살아남지 못해 / ‘너 피해의식 있어’ 한마디로 정리하지마 / 난 단지 피해를 의식하고 있을 뿐이야”

한국 사회와 교회의 남성중심성과 폭력, 그리고 미투마저도 왜곡되는 현상을 적나라 하게 폭로하고 비판한 노래였습니다. 노래 가사가 담고 있는 한국 교회와 사회 현실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참석자들을 더욱 찹찹하게 만들었지요. 이러한 현실이 돌파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조은화 목사(향린공동체 성정의위원회)는 설교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돌을 멀리 보내고 싶을 땐 돌에 대한 저항이 있습니다. 멀리 날아갈수록 기압과 환경에 대한 저항이 있지요. 그래서 더 세게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세게 던지려면 몸에 힘이 있어야 하고 방법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교회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과정도 이처럼 가부장적 틀, 교권의 힘이라는 저항에 많이 부딪히겠지요. 그렇기에 더 많은 준비와 힘을 모아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고 해결해 가기를 힘써야 할 것입니다. 묵은 땅을 갈아엎어 정의를 심는 일! 교회성폭력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서 생존자와 함께 교회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해결과정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어지는 성찬식에서는 예배참여자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양초를 가운데 제단을 향해 이어진 천위에 올려놓고 떡과 잔을 받았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사랑과 평등의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한 각자의 다짐을 공동체의 힘으로 모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