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잔치]
청년부 여름수련회 - B조의 함께 쓰는 후기
길 위에서 신앙을 익히다.
출발하는 아침, 다가올 일정을 모른 채 해맑은 우리
동굴안은 엄청 시원하고 길인 넓어서 한적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1/4지점 쯤부터 가파른 경사의 계단이 계속 나옵니다. 손잡이를 꼭 잡고 내려갔네요 ㅠㅠ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 동굴은 일제강점기때 금광산으로 쓰였던 동굴이라 중간 중간에 20년~70년까지의 모습을 사진과 모형으로 보여주고 동굴 안에 동식물들도 소개해줘서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청령포 자갈길에서부터 허벅지가 후덜거렸다. 첫 일정부터 다리가 왜 이러지..? 화암동굴은 왜 이렇게 긴건지 1.5km를 넘게 걷고 가파른 계단을 내리고 올라야한단다. 장마 머금던 하늘은 어디 가고 햇빛은 또 왜이렇게 따갑던가.. 민둥산 오를 수 있을까? 한 번 고집을 부리면 좀처럼 꺾지 않는 나는 사실 일정 내내 요동쳤다. 호기롭게 민둥산 트래킹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화암동굴에서 나와 민둥산으로 가기 전 일단 카라멜과 빼빼로 젤리 간식들을 사고 팀원들 입에 넣어본다.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전환되지 않을까, 컨디션이 좀 회복되지 않을까 바라며. 장기하의 “등산은 왜 할까?“ 노래를 들으며 마음은 더 싱숭해졌지만, 애써 의연한 척 블로그에서 분명 발구덕 분기점에서 30분이면 정상에 오른다고 했다. 누구는 원피스도 입고 오른다고 했다. 팀원들을 안심시켜본다.
끝내 강은이는 차에 남겠다고 한다. 너무 지친 모양이다. 불안했지만, 다행히 나머지는 같이 대열에 합류했다. 재활중인 다은 언니도 고민 고민 끝에 합류!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
다행히 첫 길목은 완만한 자갈길이 이어졌다. 큰 나무들이 그늘길이 돼주어 시작은 순탄했다. 하지만 20분 올랐을까? 블로그에 따르면 10분이 남아야 하는데, 이제 본격적인 고비가 나타났다. 5시가 다 돼 기운 햇빛이 더 환하고 또 가깝게 민둥산의 능선을 비추며, 우리에게 어서 오르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모두가 불길함을 직감했는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각자의 짐을 메고 가는 사람들처럼 발을 꿉꿉 내딛으며 오른다. 철호와 수현이가 앞서 나갔다. 군인 정신으로 육체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다은 언니는 우산을 방패삼아 정말 재활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속도로 뚜벅뚜벅 올라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냥 빨리 이 고난을 벗어나가고 싶었단다. 위를 올려다보면, 중간에 쉬면 오르기 싫어질 것 같았다고.
나는 목사님과 제일 뒤에서 한 발 한 발 가쁜 호흡을 내쉬며 천천히 올랐다. 견디기 힘들었다. 햇빛은 따가웠고, 해발 1천미터 정상에 가까워오니 숨은 모자른 느낌이고, 물은 없고(가져온 물들을 앞선 일정들을 소화하며 축내버렸다). 두려운 마음을 안고 올랐다. 그런데 자꾸만 목사님이 말을 거신다. 서영 자매는 요즘 어떻게 지내요? 힘든 일 없어요? 회사는 다닐만해요? 나도 아무렇지 않게 호흡을 고르며 답변을 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마지막 계단길을 걷고 있었다. 헐떡이는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정상에 올라 먼저 쉬고 있는 수현이 옆에 가 주저앉았다. 기뻐할 힘도 없이 더 가까워진 태양에 숨이 막힌다. 온 정신을 다해 숨을 고르고 고른다. 전심을 다해 호흡한다.
순간 구름이 태양을 막아주었다. 그늘이 우리를 덮어주었다. 또 어디선가 바람도 불어온다. ‘살 것 같다.’ 그제야 정신이 든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사방으로 태백산맥의 능선이 겹겹이 겹쳐져 장관이다. 다들 일제히 생각했을 거다 ‘이래서 산을 오르는 구나’ 산능성이를 바라보며 맘껏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본다.
언니 산 오르는 거 괜찮았어? 나중에 물어보니, 나도 민둥산이 제일 좋았어, 한다. 산을 오르면서 인생을 배웠다고. 저 먼 정상을 바라봤을 땐 의욕이 확 꺾여버려서, 그냥 한 발 한 발 오르는 내 발 밑만 쳐다보고 쉬지않고 올라갔는데, 나도 모르게 정상에 올라버렸다고. 다들 그렇게 어떤 위치에 올라가는 건가봐. 하고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온 걱정을 가득 안고 올랐던 나는 정상 데크에 기대 태백산맥 능선들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훌쩍 나왔다. 해를 가려주는 구름이 고맙고,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고맙고, 또 내가 끝까지 오를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목사님과 우리 조원들에게 고마웠던 것 같다.
주제 말씀을 함께 읽는다. 출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1년이 지난 시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려는데 정찰 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척박한 환경과 주변의 강한 국가들을 보며 좌절에 빠지고 하나님께 원망과 불평만 말한다.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고, 우리가 문제 상황을 직면할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투영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이어지는 성찬식, 목사님 앞에 한 명 씩 나아가 진행했다.
마지막은 함께 각자의 기도제목을 조별로 나누고, 우리 교회를 위한 기도, 그리고 이곳 정선을 위한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를 했다.
새로운 목사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우리 교회를 위해, 이곳에서 일제감점기 착취를 당하고, 광산이 폐업하며 시름에 빠졌을 주민들을 위해, 정선의 청년과 청소년, 미래를 위해 마음 모아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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